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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검색과 위키페디아

야후가 Yahoo! Answers를 개장한 걸 보고 우리나라 지식검색을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사족인 데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벤치마킹'은 '블루오션'만큼이나 멋들어진 미화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 야후는 또 대만 야후대로 본사가 대만 야후의 지식검색 서비스를 가져다 쓴다고 하는 모양이에요. 우리나라 야후와는 달리 대만 야후는 서비스 준비할 때 의견조율도 하고 회의에도 참석하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야후는 아바타나 지식검색을 일본, 홍콩 야후에 추천해서 히트를 했던 사례가 있었다니 빙빙 돌아간 모양입니다.

네이버가 지식검색의 대명사가 된 오늘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지식검색은 nKorea의 ahnice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 지식검색류의 인터페이스를 접했던 건 현재는 엠파스에 인수된 하니 DbDic이었지만 말이죠. 그게 대략 2000년쯤이었나봅니다. 네이버가 지식검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홍보했던 게 2002년 쯤이었나요? 사실은 미국에서도 metafilter가 지식검색과 비슷한 Ask Metafilter를 2003년 말부터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폭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법 성황이죠. 또 다른 툴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지식검색과 유사한 포맷으로 운영되는 사이트가 다른 나라에도 있었는 데 우리나라에서처럼 크게 성공하지 못했었을지도 모르죠. '포맷'이야기를 하는 건, 2001년 부터 돌아가는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지식검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키페디아말이죠. 한글판도 있습니다만 아직 지식검색만큼 내용이 채워지지는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데에선 먼저 세를 잡은 동네가 계속 가게 마련이기 때문이겠죠.

지식검색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게 인터넷 컨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터넷은 언어로 구획되는 공간이기도 하죠. 여전히 인터넷의 2/3정도는 '영어' 인터넷입니다.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인구는 제한되어 있고 고국의 언어로 인터넷에 올라온 컨텐츠도 제한되어 있었던 게 비영어권 국가들의 문제죠. 게다가 영어 자료는 지역 정보를 담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요. 지식검색은 사람들을 연결해서 인터넷 밖에 있던 컨텐츠를 인터넷 안으로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영어가 아닌 고국의 언어로 말이죠.

위키페디아의 목적은 지식검색과는 조금 다릅니다. 위키페디아에도 컨텐츠를 추가하는 목적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건 '백과사전' 만들기, 즉 이미 인터넷 어딘가에 존재하는 정보를 체계화해서 검색할 수 있게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젝트지요. 해서 검색이나 정리에 관한한 지식검색과는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식검색은 내용이 쌓이면 쌓일 수록 방대한 내용을 효율적으로 다뤄줄 수 있는 검색기능이 필요하게 되죠. 그 부분이 시쳇말로 '원천기술'인 겁니다. 현재 네이버나 여타 포털의 지식검색 기능은 사실 많이 불만족스럽습니다. 한 번 검색에 뜨는 항목이 점점 늘어나는 데다가 어디에 내가 찾는 지식이 있는 지 골라들어가는 건 복권 추첨 수준이니 말이죠. 위키페디아는 말 그대로 '위키'라 그런 걱정은 없지요. 다만 항목이 아니라 질문 형식으로 된 지식검색의 형태는 적어도 사용자에게는 더 익숙한 느낌을 주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키워드가 아니라 묻고 싶은 질문을 검색하게 되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집어내는 효과도 있지요. 사용자가 개입하는 부분이 넓다는 건 사실 장점입니다.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 대신 사람을 써야 한다는 건 꼭 장점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말이죠.

지식검색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과연 지식검색에 실린 정보가 '정답'인가 하는 문제가 있죠. 정성껏 올린 정보라고 꼭 사실이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죠. 두번째로 질문 속에 질문이 묻혀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를 수록 질문에 답이 달릴 확률은 말마따나 "무한대로 0에" 가까워지니까요. 사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위키페디아도 겪고 있는 문제지요. 일단 세번째 문제를 짚고 이야기를 이어볼께요.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식검색의 상당부분이 퍼온 글입니다. 해서 저작권의 문제가 생기죠. 미국에서는 이런 '펌' 문화가 적다지만 또 모르는 일입니다. 껄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시아권이 저작권 문제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죠. 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투철한(?) 미국에서 야후 Answers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 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위키페디아는 최근에 누구나 페이지를 수정할 수 있게 하던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로그인 유저만 페이지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죠. 범위가 넓어지고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훼방놓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권위와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위키페디아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대신 전문가가 내용을 검증하게 하는 새로운 서비스 디지털 유니버스가 공개된 게 좋은 예겠지요. 디지털 유니버스에서 사용자는 자기가 읽는 정보가 전문가의 검증을 받은 정보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아, 그 전에 연구자들을 확보해 놓고 질문 하나에 $2.5의 가격으로 24시간 내에 답을 내준다는 Google Answers의 시도도 있었지요. 지식검색에서 이런 식의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는 건 유감입니다.

쓰다보니 자꾸 길어지는 군요. 나중에 더 이어갈까 봅니다. 제 기본적인 생각은 위키페디아가 지식검색보다 더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자료의 양이 늘어가면 그에 해당하는 별도의 장치들이 필요하게 되는 데 아직 지식검색에서는 그런 기술이나 제도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거구요. 야후 Answers가 이런 구도를 바꿀 뭔가를 계획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지금 서로 야후가 그네들의 지식검색을 벤치마킹했다고 주장하는 포털들이 다시 야후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는 씁쓸한 전개가 펼쳐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by 남쪽계단 | 2005/12/23 23:54 | IT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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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onghokim at 2005/12/25 18:24
위키백과 최근 정책 변경을 오독하셨습니다. "Article creation restricted to logged-in editors" "문서 새로 만들기 로그인 유저에게 제한." 문서 변경은 계속 허용되고 예전에 존재하지 않던 문서를 새로 만드는 경우만 이번 제한이 적용됩니다.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5/12/26 10:00
그런데 저는 위키피디아와 지식검색은 출발선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식검색의 경우 '이럴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류에 더 맞고, 위키피디아는 '뭐뭐뭐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어요' 류의 질의에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위키피디아를 훨씬 좋아하지만,지식검색도 나름대로 위키피디아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긁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게 '지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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