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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르귄

무리없이 잠을 쫓는 약이 생긴다면?

딜버트 작가인 아담스 아저씨 블로그를 자주 찾는 편입니다. 뭐랄까, 이 양반의 상상력이 사실과 연결되어 훌쩍 넓어지는 순간을 볼 수 있는 게 좋아요. 웬만한 SF 작가보다 더 SF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거든요.

예를 들어서, 오늘은 Wired에 실린 부작용 없는 각성제 기사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더군요. 생각보다 저런 각성제 개발이 머지않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 데, 아담스 아저씨는 여기서 저 약이 널리 보급된 사회는 어떤 사회일 것인가에 대해 전망해 나갑니다. 파티 때 놀거나, 시험 때 날새서 공부하는 정도는 그냥 떠오르는 (아마 현재도 사용중인) 방식이죠.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 비타민 마냥 손쉽게 쓰인다면 피곤해서 툴툴대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싸움 같은 것도 줄어들지 모르죠. 아니면 밤새 일해도 되니까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서 월급이 확 줄어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 몇몇 나라에서 저 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게 하면 (비아그라 처럼),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게 허용한 나라들이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약이라는 프로작 보다 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그런 약, 그런 기술이 될 지도 모른다는 거죠.


저는 '부작용 없는'이란 쪽에 회의적이에요. 인간의 지식과 과학은 항상 '발전중'인 것이라 지금 부작용이 없다고 앞으로도 없다는 말은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포화지방산이 나쁘다고 버터의 대용품인 마가린을 권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마가린 산업 자체가 그런 맥락에서 발전했구요. 한데, 요즘 들리는 이야기를 보면 포화지방산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데,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트랜스 지방은 그냥 나쁜 것 뿐이니 먹지 말라고들 합니다. 그게 특히 마가린에 많이 들었다고 하면서 말이죠.) 르 귄 아주머니 책 [Changing Planes] (2003)에 보면 [Wake Island]란 단편이 있어요.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개발했으나, 그 때문에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좀비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들이 사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죠. 항상 어쩐지 SF보다는 우화로 읽는 쪽이 더 재미있는 양반의 작품이라 그런지 아담스 아저씨의 글을 읽다가 바로 머리 끝에 걸리더군요.

여하튼 '부작용 없는 각성제'가 바꿔 놓을 세상의 모습은, 글쎄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네요. 무한 경쟁의 시대에 부작용 없는 각성제가 가져올 파장은 진절머리나게 클 것 같거든요. 부작용이 정말 없더라도 말입니다. (The Dilbert Blog에서)

by 남쪽계단 | 2008/01/05 15:12 | SF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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