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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브이

[브이] 완결

그러니까 [브이]는 별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SF란 장르가 도대체 자리잡지 못하는 거, 어쩌면 세상 돌아가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세상의 모든 과학은 저기 어디 다른 곳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 않던가요. 아직도 우주탐사, 로봇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웬지 아주 '먼 나라' 이야기 같잖아요. 게다가 영화나 만화에 봐도 외계인이 공격하는 동네도 항상 '먼 나라'들이더라는 겁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들. 그런게 환타지고 SF더란 말이죠.

[브이]는 태권브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SF 캐릭터를 써서 그런 심리적인 거리를 슬쩍 넘어섭니다. 해서 만화는 저기 어디 '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 그 친숙한 공간과 시간 속에 이질적일수도 있는 '거대로봇'을 녹여냅니다. 그런 일상과 역사가 SF와 만화에 섞여 흐르는 데 불편함을 느낀 양반들도 있던 모양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게지요. 현실은 현실이고 꿈은 꿈이다란 사고방식은 꿈을 이끄는 현실, 현실을 이끄는 꿈이란 사고방식과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미래는 없고, 미래를 상상하는 SF도 없지요. 이해할 수 없다면 어쩌겠어요. 즐기지 못하는 게지. SF가 꿈이어야만 한다구요? 정말?

미리 말하건데, [브이]는 '명작'의 소리를 들을 작품은 아니에요. 사실 [브이]의 설정이나 줄거리가 매끄럽지만은 않고, 결말이나 에피소드도 웬지 급작스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자리잡은 '친숙함'에, 개인의 기억을 나눠받아 공동의 기억으로 갱신해 온 독자들은 너그러워집니다. 저도 그런 독자중에 한 명입니다. 아니, 한 명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by 남쪽계단 | 2007/10/14 01:02 | 만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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